스타벅스코리아, 10명 중 8명 ‘시간선택제’로 뽑아
돌발적인 초과근무 사실상 강제로 법 보호 무력화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스타벅스 1호점 인근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정차해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스타벅스코리아는 과도한 판촉비용 감축하고 인사비용 강화하여 인력난 개선하라”, “스타벅스코리아는 10년차 바리스타와 1개월차 바리스타가 똑같은 시급을 받는 임금 제도를 개선하라.”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7일 트럭 시위에 나서면서 밝힌 요구 사항이다. 이 트럭 시위는 지난달 28일 있었던 스타벅스의 리유저블(재사용) 컵 이벤트 때 주문이 폭주하면서 급증한 노동 강도 등이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불만은 단순히 그 날 하루 일 때문 만은 아니다.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트럭 시위의 목적을 보면 “스타벅스가 지난 몇년 간 부족한 현장 인력으로 회사를 운영해오며 파트너들이 소모품 취급당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음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소모품 취급’을 당한 근본 원인을 알려면, 스타벅스 특유의 고용 형태를 살펴야 한다. 스타벅스는 직원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를 하루 소정근로시간(근로계약상 정해진 노동시간)이 5시간 혹은 7시간인 ‘단시간 노동자’로 고용한다. 이날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스타벅스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음료를 만드는 노동자들은 하루 5시간 일하는 바리스타, 7시간 일하는 수퍼바이저, 8시간 일하는 부점장과 점장으로 구분된다. 시급제인 바리스타·수퍼바이저와 연봉 계약을 맺는 부점장·점장은 사내 복지제도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직급과 관계없이 다 같이 매장에서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드는 동일한 업무를 한다는 것이 스타벅스 쪽의 설명이다. 스타벅스는 5시간 일하는 바리스타와 7시간 일하는 수퍼바이저를 ‘시간선택제 정규직’이라고 부른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 정부가 고용률을 높일 목적으로 도입한 개념이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임금을 제외한 다른 처우는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노동시간만 짧은’ 고용 형태다. 스타벅스는 당시 시간선택제 고용 창출을 많이 한 기업으로 손꼽혀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이런 형태의 고용 인원만 지난 3월 기준 1만4천여명으로, 스타벅스가 직접 고용한 1만8천여명의 78%에 해당한다. ‘시간선택제 정규직’은 법적인 개념이 아니다. 바리스타와 수퍼바이저의 노동관계법상 정확한 지위는 근로기준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른 단시간 노동자다. 이는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에 견줘 짧은 노동자를 말한다. 기간제법은 단시간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특별한 보호 장치를 만들어두고 있다. 단시간 노동자에게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키는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노동자가 원하지 않으면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만약 동의 없이 초과근무를 시키는 경우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초과근무를 ‘거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다면 사용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로 제기되는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불만은 불규칙한 근무 스케쥴과 돌발적인 초과근무다. 스타벅스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으면서도 이벤트 등 부수 업무가 많아 노동 강도가 강한 편인데, 돌발적인 초과근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법에 명시된 ‘초과근무 거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 관계자는 <한겨레>에 “연장근무는 통상적으로 사전에 파트너와의 협의를 거쳐 진행하고, 예상에 없던 초과근무 역시 동의(협의)를 구하고 진행하게 된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리스타에서 수퍼바이저, 부점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선 별도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탓에, 인사평가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초과근무를 거부하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모든 매장을 본사가 직접 운영하고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를 주로 채용하는 것은 고용 안정면에서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돌발적인 초과근무는 하루 5시간씩 일하는 바리스타들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 채용 공고를 보면, 주 5일 하루 5시간 근무하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는 시급 9200원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해 받을 수 있는 기본급은 월 120만원 수준(식대·명절상여·성과급 제외)이다. 스타벅스 월급 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 다른 일자리를 얻어 추가 수입을 벌어야 하지만, 불규칙한 초과근무가 계속되면 다른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다. 스타벅스가 2주 뒤의 희망 근무일과 시간을 매주 노동자들에게 신청받아 근무 일정을 통보하는 점도 정기적인 근무 일정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5시간 또는 7시간씩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것은 회사 쪽이 근무 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특정 시간대에 노동 강도를 집중시키고, 근로기준법의 휴게시간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선택하는 것으로 시간선택제가 변질된 것”이라며 “상시적으로 연장근로(초과근무)가 발생한다면 전일제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스타벅스 1호점 인근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정차해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점장·부점장에 견줘 짧게 일하고 각종 복리후생비 등도 적게 받는 바리스타·수퍼바이저의 처우가 차별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기간제법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 등을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지급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에게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식대·교통비를 지급하도록 한 것도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수단이었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노동법학)는 “복지 제도가 소정근로시간에 비례해 정해졌다면 단시간 노동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복지 제도가 반드시 소정근로시간에 비례해 정해져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차별 시정을 통해 (불리한 처우를)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우 신다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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