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초6학년이 볼 ‘2028학년도 대입’
단독응찰한 채용 컨설팅업체 선정돼
공기업시험 부실관리로 재시험 전력도
교육계 “국가 중대정책을…납득안돼”
교육부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치를 예정인 2028학년도 대입과 관련한 ‘미래형 대입제도 개편 방향’ 정책연구를 채용 컨설팅을 하는 민간 업체에 맡긴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계에서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공교육 정상화, 학령인구 감소 대비 등에 대한 공공적 판단이 필요한 대입제도 개편 관련 정책연구를 이런 민간 업체에 맡긴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교육부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미래형 대입제도 개편 방향 연구’의 연구자에 대한 공모를 시작해, 3월 재공모를 거친 뒤 4월 정책연구심의위원회를 통해 ‘오알피(ORP)연구소’를 주연구자로 선정했다. 이번 공모에 단독 응찰한 오알피연구소는 누리집에 채용 컨설팅, 채용 전형을 진행하는 통합관리시스템 운영 등을 하는 회사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주하는 정책연구는 대학교수 등 교육 전문가가 맡는 게 통상적이다. 교육부가 연구를 맡긴 ‘미래형 대입’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을 말한다. 교육부는 지난 2019년에 다음 대입제도 개편 시기를 2028년으로 확정한 데 이어, 올해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교육제도를 반영한 대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모든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절대평가)가 도입되기 때문에 대입 역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해당 연구는 국내·외 사례연구와 간담회·포럼·설문조사 같은 의견수렴 두 갈래로 진행되는데 구체적인 연구 내용으로는 △현재 수능과 대입 정책의 문제점 분석 △관련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 조사·분석 △미래 교육에 부합하는 대입제도(수능 포함) 청사진 구상 등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연구 용역과 관련해 “대입 개편과 관련한 사전적인 공론화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연구이고, (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 등과 협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공모했기 때문에 오알피연구소가 충분히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계 등에선 대입과 전혀 무관한 채용컨설팅 민간 업체에 이런 중대한 정책연구를 맡긴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대입 개편은 공교육 정상화, 입시경쟁 완화 등 가치를 중심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을 설계한다고 해도 가치 판단에 따른 정책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민간 업체에 맡긴 것은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류호정 의원은 “2000년대 이후 대입 관련 정책연구 용역 사례를 확인해 보니 민간 업체에 맡긴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입 개편 문제는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고 국가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만큼 전문성이 중요한데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오알피연구소는 지난해 채용을 대행한 한 공기업 필기시험에서 금지된 휴대전화 사용과 화장실 이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 업체가 자체 비용을 지출해 재시험을 치르는 등 부실 관리 논란에 오른 전력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심의 과정에서는 업체에서 낸 연구제안서를 바탕으로 연구 능력만 보기 때문에 (공기업 필기시험 논란은) 알지 못했다. 사실관계를 알아보겠다”고 해명했다. 오알피연구소 관계자는 “교육 관련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부족한 것은 맞다”며 “다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등 2명으로 공동연구진을 별도로 꾸렸고, 지난해 통일부와 함께 통일국민협약 도출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등 공론화 과정 설계 등에는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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