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채용 늘어나며 면접 장소 찾느라 골머리
“교통비·의상비 줄어도 장소·장비 대여비 늘어”
<한겨레> 자료사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천의 한 대학교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 김아무개(25)씨는 최근 한 기업의 화상면접을 볼 장소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면접 시간이 아침 8시로 잡혔는데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는 조용히 면접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 주변에 건물 공사가 진행중인데, 소음이 면접관에게 들릴까 걱정도 됐다. 스터디룸을 살펴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김씨의 선택은 하루 숙박비 7만원인 모텔이었다. 김씨는 “막상 가보니 벽지도 휘황찬란하고 방음도 신경 쓰여서 마음 편하게 면접을 보지는 못했다”며 “기업들이 코로나19로 화상면접을 보기 시작한 뒤 적당한 공간을 찾는데 진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채용 필기나 면접을 비대면으로 치르는 게 일반화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 공간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상비나 교통비는 들지 않지만, 채용 시험을 볼 공간이나 장비를 구하는 데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비대면 채용 시험을 치를 장소를 구하는 데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면접을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비해야 하나 좁은 원룸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곤란하고,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경우에도 생활 소음 등으로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김씨처럼 모텔이나 스터디룸, 전문 면접 스튜디오 등의 공간을 그때그때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데, 여러차례 면접을 하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집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에도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 화면 속 구직자 주변에 물건이 있으면 ‘컨닝페이퍼’로 간주해 부정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1년 가까이 취업을 준비한 김아무개(27)씨는 “스터디룸은 와이파이 연결이 불안해 결국 필기시험을 집에서 보게 됐다”며 “(와이파이가 불안해) 랜선을 찾아 인터넷을 연결하고, 전날 온종일 집을 청소했는데 시험 감독관이 웹캠을 360도 돌려보라고 한 다음 구석에 있는 짐을 지적했다. 짐을 집 밖으로 빼놓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시험을 위한 장비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일부 기업은 시험 이전에 사전 수요를 파악해 노트북 등 기기를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장비를 갖추는데 드는 비용은 대부분 취업 준비생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구직자들은 배경을 가릴 가림막이나 화질이 좋은 웹캠이 장착된 노트북, 조명 기구 등을 구매하기도 한다. 기업마다 사용하는 화상면접 프로그램도 달라서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구동하지 않는 경우 타인에게 노트북을 빌리느라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구직자 사이에서 나온다. 취업 준비생 최아무개(25)씨는 “인·적성시험 문제집이나 스터디카페 비용 등 취업 준비생이라면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에 장비와 관련된 비용까지 들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구직자들끼리 장소와 공간을 ‘품앗이’하는 움직임도 있다. 최씨는 “같은 기업 면접을 보는 구직자들끼리 모여 스터디룸 등 장소를 대여한 다음 노트북과 같은 장비를 세팅해놓고 번갈아가면서 면접을 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구직자들은 비대면 국면에서도 돈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대다수 기업이 비대면이라는 이유로 면접비를 주지 않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열곳 가까이 기업 면접을 본 정아무개(28)씨는 “단 한 번도 면접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교통비가 들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기기 대여 비용 정도는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서서히 꺾일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비대면 면접을 이어갈 전망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4월 기업 326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계획을 세운 기업 3곳 중 1곳(33.4%)이 화상면접과 온라인 인·적성검사, AI 역량평가·면접 등 비대면 채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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