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화처리된 ‘처리수’라 주장
스트론튬-90 등 배출기준 110배 넘기도
희석해 방출해도 삼중수소 총량 그대로
스트론튬-90 등 배출기준 110배 넘기도
희석해 방출해도 삼중수소 총량 그대로
기존 연구사례 보면 국내 유입은 확실시
방출 농도, 시기 등 구체 정보는 안갯속
과학적 영향 분석은 아직 못 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설치돼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들. 일본 정부는 이들 저장탱크 1000여개에 보관중인 오염수 약 125만t 해양 방출을 곧 결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내년 10월께 저장탱크 가득 차…배출 기준 넘는 방사성 물질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설치돼 있는 1천여개의 저장탱크에는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125만844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2011년 사고 발생 뒤 용융된 채 계속 열을 내는 핵연료를 식히려고 주입한 냉각수, 원전 부지로 흘러드는 빗물과 지하수 등을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모아둔 것이다. 오염수는 하루 평균 140t 가량씩 늘어나 내년 10월께면 현재까지 확보된 저장탱크 용량(137만t)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이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는 의미에서 처리수라고 부른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부 방사성 물질은 여전히 배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상태다. 골수에 축적돼 혈액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스트론튬(Sr)-90은 오염수 1L에 평균 3355Bq(베크렐) 함유돼 있다. 배출기준(30Bq/L)을 무려 110배 이상 초과하는 고농도다. 삼중수소(H-3) 평균 농도는 58만1689Bq/L로 배출기준(6만Bq/L)의 10배에 가깝고, 요오드(I)-129의 평균 농도도 9.361Bq/L로 배출기준(9Bq/L)을 웃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트리튬(삼중수소)은 제거를 못해 물을 타서 그대로 방류하기로 해 제일 논란이 되고 있는 물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한국에 미칠 영향 “일본이 공개한 정보 없어 분석 못 해” 김윤우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재환경과장은 “시뮬레이션에는 방출량과 방출 기간, 방출 농도 등 3가지 핵심 정보가 반드시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어 전 세계적으로도 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환경·재해평가연구부장은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정확한 방출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정보가 나오지 않아 시작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도 “아직은 해양 방출 시나리오가 없기 때문에 예측에 들어가지 못하고 준비가 미약한 부분들을 계속 보완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13일 해양 방출을 결정하면서 발표한 구체적인 방출 정보는 삼중수소를 배출기준의 40분의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정도가 전부다. 따라서 앞으로 도쿄전력에서 세부 계획을 내놓기 전까지는 국내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분석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전망이다. 서경석 부장은 “해류 움직임이 시기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방류시점 정보도 중요하다. 일본에서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출이 국내에 끼칠 영향을 주제로 한 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원자력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저널 <원자력 공학과 기술> 온라인판에 ‘후쿠시마 처리수의 해양과 대기 방출에 따른 방사선량 평가’ 논문에서 살짝 등장한다. 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을 비롯한 5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이 연구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 있는 모든 방사성 핵종이 추가 정화처리 없이 1년 동안 방출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했다. 연구팀은 오염수 해양 방출로 일반 한국인이 연간 추가 피폭될 방사선량을 0.000014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추정한 뒤, 일반인 선량한도 1000mSv(밀리시버트)에 크게 못 미쳐 유해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방출 시나리오부터 일본이 검토하고 있는 내용에서 동떨어진 이 연구 논문은 저자들의 요청으로 이후 철회된 상태다. 논문의 의미를 두기 어렵다. 이때문에 현재로서는 오염수 해양 방출에 따른 국내 영향은 10년 전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을 대상으로 한 기존 시뮬레이션 결과를 참고해 짐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3년 원자력연구원은 후쿠시마 사고 때 방출된 세슘(Cs)-137이 해류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 만에 한국 해역까지 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간 광범위하게 희석돼 실제 유입량은 검출가능농도 미만일 것이라는 것이 당시의 평가 결과였다.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맞은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 폐로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북태평양 돌아 4~5년 후 한국 해역에 유입? 희석돼 영향 미미? 2012년 독일 키엘대 헬름홀츠해양연구센터가 후쿠시마 사고 때 배출된 세슘-137 확산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도 오염수 해양 방출의 영향을 언급할 때 자주 소환된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에서 키엘대 연구팀은 한국의 해역에 유의미한 농도값의 세슘-137이 도달하는 시기는 방출 뒤 약 5년이 지난 후가 될 것이란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논문과 별로도 공개한 시뮬레이션 동영상에 통상적으로 분석이 불가능한 수준인 소수점 이하 여덟째자리까지 낮춘 농도값을 넣어보면 세슘-137이 220~400일 만에 제주도·서해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모사된다. 후쿠시마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는 쿠로시오 해류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미세한 해류에 의한 확산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해 9월 국회에 키엘대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분석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더 낮은 농도값을 동영상에 포함시키면 한 달 이내에 제주도 서해에 도착할 수도 있다”며 분석이 불가능한 농도값을 적용한 분석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해양과기원의 설명 가운데 “방사성 물질이 한 달 안에 한국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정경태 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그런 수준의 농도값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를 하려 한 것인데 언론에는 반대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강정구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과장은 “키엘대 연구 결과는 후쿠시마에서 방출될 방사성 물질이 일 년 이내에도 우리 바다에 유입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지만 역으로 보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면서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시뮬레이션 모델을 돌려 영향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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