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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성공 경험에 얽매이면 지금 유행 못 막는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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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1 06:00 입력 2020.12.11 09: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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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이 지난 9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1·2차 유행 때 효과가 좋았던 방법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어떻게 효율을 높여 치료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으로, 올해 초부터 감염병전담병원에서 의료 대응과 환자 치료를 맡아왔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이 지난 9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1·2차 유행 때 효과가 좋았던 방법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어떻게 효율을 높여 치료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 원장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으로, 올해 초부터 감염병전담병원에서 의료 대응과 환자 치료를 맡아왔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도, 역학조사와 진단검사를 통한 선제적 감염 차단도 좀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600명대를 기록하면서 1·2차 유행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던 ‘K방역’은 자취를 감췄다. 우리는 지금, 진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경험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수도권에서는 확진 판정 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한 환자가 500명을 넘었다. 즉시 이용가능한 중환자 병상은 수도권에서 사실상 0개 수준인 날도 있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임승관 원장은 “중환자 병상뿐 아니라 일반병상도 부족하다”며 “앞선 유행 때처럼 생활치료센터나 감염병 전담병원만으로는 지금 상황을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인 임 원장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최일선인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의료 대응과 환자 치료를 맡아왔다. 그는 “1·2차 때 방법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어떻게 효율을 높여 치료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임 원장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일반병상 부족, 입원 지연 인정해야

분만 앞둔 임신부 2~3일 대기
투석 환자 참다참다 119 호출
정부 대책은 현장 상황 잘 몰라

- 대구 1차 유행 때처럼 병상 배정이 안 돼 집에서 기다리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상황만 말하면 병상 배정이 안 돼 1~2일 기다리는 경우는 흔하고 4일까지 기다린 사례도 있다. 지난 주말에는 분만예정일을 2주 앞둔 산모가 가정에서 2~3일 대기했고, 투석 환자가 집에서 기다리다가 119구급차를 불렀다. 요양병원에 있던 환자가 5일 동안 투석을 못하다가 전원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들이 다른 지자체에서도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 감염병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가 아직 남아 있지 않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감염병 전담병원은 전체 4900여개 중 1700여개(9일 기준)가 남아 있고, 생활치료센터에는 2000명이 추가 입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체 환자 수가 적을 때는 무조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입원시키면 된다. 하지만 병상 가동률(전체 병상 중 실제 환자가 입원해있는 병상 비율)이 높아지면 대기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분류 지침이 있다고 해서 바로 입원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병원에서는 평소에도 중증도나 기저질환, 성별 등을 고려해 병상을 배정한다. 병원은 병상이 100개 있다고 한 번에 100%로 돌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병상 가동률이 90%라면 굉장히 많은 환자를 받고 있는 상태다.”

지금 추세로는 치료센터 한계
상급병원들 진료 동참하고
퇴원 기준 완화·홈케어 운영
다양한 병상 확보 방법 찾아야

- 중수본은 감염병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를 추가 확보해 일반병상 부족에 대비할 계획이다.

“지금과 같은 규모로 발생하면 며칠 못 버틴다. 생활치료센터 몇 천명분을 확보해도 1000명 규모로 계속 발생하면 며칠이면 다 들어찬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생활치료센터는 ‘유사’ 의료기관이다. 100~300명이 입원하지만 이 환자들을 보는 의사와 간호사 수가 일반 병원보다 훨씬 적다. 확진자 ‘격리’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의료기관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전체 확진자의 40%가량은 ‘진짜’ 병원에 있어야 관리가 되는 것이다.”

- 병상 부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한 가지 방법만으로 풀 수 없다. 우선 공공병원에서 확진자 규모를 다 감당할 수 없으니 민간의료기관에서도 진료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도 환자 30명을 목포의료원에서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300㎞를 가야 한다. 병상을 찾아 수백㎞ 떨어진 지역으로 환자를 보내는 일은 효율이 낮다. 정부가 병상 부족과 입원 지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인정하고 대응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가정치료’라는 말을 금기시하는 것 같다. 경기도에서는 가정에 대기 중인 확진자를 대상으로 의료진이 1일 1회 건강 상태를 전화로 모니터링하는 ‘홈케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임상 경험이 있는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다. 그 외에도 회복이 완연한 환자는 일찍 집으로 보낸다든지, 어린이는 가정치료를 고려한다든지 등의 방법을 찾을 때다.”

중환자 병상, 숫자 확보가 전부 아냐

- 중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수도권의 중환자 가용 병상이 0개 수준이라고 했는데, 정부는 중환자 입원가능 병상이 10~20개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현장 상황을 몰라서 발생한 일이다.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이 수도권에 10개 남아 있다고 바로 다 쓸 수는 없다. 감염병 전담병원에서는 일반병상 환자들 중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1~2개를 남겨놔야만 한다. 민간의료기관도 비슷하다. 확진자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확산세에서는 확진자가 급성기 상태로 응급실에서 진단받는 일이 발생한다. 병원에서는 중환자 병상을 1~2개 남겨둬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모르고 중환자 병상을 왜 안 내놓느냐고 하면, 현장에서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 그렇다면 중환자 병상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 정부는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에 최대한 협조를 구해보겠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중환자 거점전담병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300병상 이상으로 전체 병상 규모가 크고, 중환자 진료 경험이 있는 민간의료기관들이 더 많이 합류해야 한다. 이 의료기관들이 1개 병동(50~60병상) 정도를 일반병상으로 제공하고, 중환자 병상도 일부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다. 일반 환자를 보다가 증상이 심각해지면 준중환자 병상으로 보내고, 더 심해지면 중환자 병상으로 보내는 ‘스텝업’과 그 반대 과정인 ‘스텝다운’이 한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좋다. 일반 환자를 증상이 심해질 때 몇십㎞ 떨어진 지역으로 보내는 것은 환자에게나 의료진에게 무리다. 민간의료기관에서 중환자 병상 1~2개만 비워달라고 접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거리 두기 등 1·2차 때 방식 안 통해

- 몇 차례 거리 두기 단계를 강화했는데도 확진자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팬데믹의 속성이다. 파도에 비유하면 파고가 계속 오는데 1차, 2차, 3차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것이다. 유행 주기도 짧아진다. 팬데믹은 확진자가 제곱 단위로 늘어나는 지수증가 형태로 유행이 진행된다. 거리 두기로 눌러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으나, 전체적으로는 증가 추세인 것이다.”

- 3차 유행을 대비한 시나리오는 부족했던 것 같다.

“1·2차 때 억눌러서 성공했던 경험이 팬데믹의 속성을 무시할 정도로 너무 자신감을 줬다. 물론 지금의 유행 추세는 거리 두기로 일단 눌러야 한다. 하지만 거리 두기는 정답이 될 수 없다. 행동과학은 빼고, 자연과학만 생각하는 것이다. 거리 두기로 인한 피로감과 소진감으로 인해 인구집단의 행동이 변하는 것이 현재 체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팬데믹의 속성은 공부하지 않고, K방역이나 거리 두기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온 태도도 지적하고 싶다. 1월에 코로나19 국내 유행이 시작되고 나서 질병관리청이나 중수본을 만났을 때 자문만으로는 의료자원이 확보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3차 유행을 대비해 홈케어 시스템도 만들었고, 확진자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서 확진자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료체계의 한계에 부딪혔다. 평상시 업무분장에 없는 일을 해야 하고, 오지 않은 일을 대비하는 것에 관료들은 익숙하지 않다. ‘이렇게 준비해봤자 안 되고, 닥치면 다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 현재의 3차 유행, 앞으로 올 수도 있는 4차 유행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2차 때 방법을 정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K방역의 핵심은 추적(Trace), 검사(Test), 격리( Isolation)로 확진자를 빨리 찾고, 생활치료센터로 보내서 격리하는 ‘봉쇄’ 전략이다. 효과적이지만 지금처럼 유행 규모가 커져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을 때는 효율이 떨어지는 방법이다. 퇴원기준을 조금 완화하거나 홈케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으로 의료자원을 더 적극적으로 확충할 방법을 유연하게 찾아야 한다. 백신 접종이 내년 2분기에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3분기에나 나타난다. 감염병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K방역이 언제나 정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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