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
‘계란계란’ 안치성 작가
계란계란(안치성) 작가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던 할아버지께서 이른바 ‘건강 제품’이라고 불리는 유사과학 상품의 오류를 지적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이 문제에 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작가 제공
‘몸속 지방을 녹여 없애준다’고 홍보하는 다이어트 보조제, 위장의 소화과정을 견뎌내고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늦춰준다는 항산화제, 성장기 아이의 키를 최대한 키워준다는 성장호르몬제….
“효과와 원리를 설명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이런 제품들이 어떻게 21세기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걸까?”
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의 주인공 고혜람.
최근 4권으로 완간된 ‘유사과학 탐구영역’(뿌리와이파리)은 TV 광고나 인터넷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만화다. 대학에서 생물교육을 전공한 작가 계란계란(본명 안치성·36)은 “과학인 듯 가장하지만 과학이 아닌 ‘유사과학’ 상술의 감언이설에 현혹된 사람들은 좀처럼 반론에 귀를 열지 않는다. 하지만 만화로 보여주면 흥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시작했다”고 말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바이러스 제거용 목걸이, 면역력 강화 제품 광고가 나오더라. 전 지구적 위기를 장사에 써먹으려 든 거다. 근거 없는 안도감에 젖은 구매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에 소홀했을 우려가 있다. 방역 체계를 혼란시킬 수 있는 위험한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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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다음웹툰 연재를 마친 ‘유사과학…’은 막연히 그럴싸해 보이는 효능을 내세운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이 보면 가슴 철렁할 내용을 다뤘다. ‘혈당을 낮추고 지방 합성을 억제하는 건강한 단맛의 코코넛 설탕’, ‘우유를 좋아하지만 유지방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를 위해 만든 웰빙 저지방 우유’,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돕고 몸속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 비만 해소에 도움을 주는 아로마 오일’ 등이 차례차례 날카로운 실체 분석의 도마에 올랐다.
작가의 분신인 생물교육과 대학생 주인공 고혜람은 “코코넛 설탕? 야자나무 수액을 원료로 썼을 뿐 성분은 비정제 설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지방 우유? 크림과 버터를 분리하고 남은 밍밍한 탈지우유에 듣기 좋게 붙인 이름일 뿐이다. 아로마 오일? 향기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정서적 안정이지 질병 치료가 아니다. 알레르기 반응이 원인인 아토피 피부에 아로마 오일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자근자근 비판한다.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들로부터 당연히 항의 e메일과 전화가 이어졌다. 계란계란 작가는 “특정 제품명을 직접 지칭하지 않고 원론적 분석과 비판을 중심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적은 없다”고 했다.
“전자파 차단 스티커와 선인장, 온갖 ‘슈퍼 푸드’, 해독 주스, 세제가 필요 없다는 세탁용 볼…. 따로 고민할 필요 없이 소재가 늘 무궁무진해서 편했지만 그만큼 씁쓸했다. 온 사방을 포위한 유사과학 약장수들에게 단독으로 비장하게 돌진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화 모습은 그런 심정을 담아 그렸다.”
그는 첨단 과학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에 디톡스, 수소수, 천연비누 등의 유사과학 정보가 만연한 원인으로 미디어의 다변화를 꼽았다. 개인 블로그, 쇼핑몰, 유튜브를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업적 정보가 아무 제약 없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금지된 홍보문구도 슬그머니 다시 사용되곤 한다. 한계를 느꼈지만 보람도 컸다. ‘제품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독자 반응을 접할 때마다 힘을 얻었다. 차기작에서도 종종 유사과학에 대한 비판을 부분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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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1,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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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포장된 사이비 상술, 만화로 파헤쳤죠”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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